님은 시작부터 실패를 깔고 생각하는 편인가요. 부정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내 그럴 줄 알았지' 덤덤하게(척이라도) 넘길 수 있거든요. 방어기제인지 뭔지 딱히 우울한 편은 아닌데도 습관처럼 부정적인 결과부터 떠올리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부정적인 마음, 비판적인 말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어차피 안될건데', '안되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 되어버려요. 우울로 대표되는 기분장애는 그렇게 시작이 됩니다. 누군가의 칭찬이 낯설고 어색해서 손사래부터 치는 분들이라면 나 자신을 지지하는 연습을 시작해보셨으면 해요. 긍정적인 단어를 쓰고 나의 사소한 성취부터 인정하는 것부터 말입니다. 혹시나 나쁜 마음, 부정적인 기운이 일상을 덮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어낼 수 있어요. 그래서 이번 레터에서는 몸의 근육만큼,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 '기저선baseline'이라고 우울하거나, 조증이거나, 불안하지 않고 건강한 때의 나의 느낌을 말한다고 해요. 기분 장애가 계속 되면, 그 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매일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뭐 때문에 웃었는지 조차 잊기 십상이니까요. 병이 깊어지고 나서 '평소의 나답지 않은' 기분 장애 증상을 분리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 전에 차이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기저 자아baseline self'의 흔적을 잃지 않기 위해, 건강한 나를 잘 파악해두세요. 전혀 우울감이 없더라도 건강할 때 미리미리 알아두는 거예요. 나의 기저선 찾기는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모든 과정은 수첩, 스마트폰, 노트북 등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도구로 진행하세요. 폰이나 태블릿PC 등이 편하신 분들을 위해 노션템플릿🟢을 만들어두었습니다. 물론 손으로 쓰는 것이 더 편안하신 분들은 질문이 많지 않으니 좋아하는 노트에 적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자주봐서 익숙해져야 해요. 이 자기소개를 아무때고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면 자신감, 자신에 대한 감각도 생기게 될 거예요. 적어도 내가 '우울' 하나로 설명되는 사람, 그게 전부인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될 겁니다.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처럼 미리 해두세요.
이 책은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잘 움직이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정신과 의사의 도움까지 받아야 하느냐고요? 하지만 주요우울장애, 양극성장애 같은 기분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기초적인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우울증은 ‘머릿속의 폭풍우’, ‘보이는 어둠’ 등으로 표현될 만큼 당사자에게는 큰 고통을 주는 질병입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지옥이라 아침에 눈뜨는 것조차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요. 그러니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울증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외부 환경에 의해서든,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든 생각보다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숙면을 취함으로써 일상이 다시 활기차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뇌의 문제로 기분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스스로 행동에 변화를 주기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우울한 뇌’가 끊임없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 수전 J. 누난 박사는 의사이기 전에 본인 스스로가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어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정보가 병을 다루는 데 가장 유용하며 그것을 가장 잘 전달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배려로 가득합니다. 그는 이 책을 구성할 때 실용적이고 일상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춰 독자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데 목표를 두었다고 합니다. 책을 만들며 기분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 이 책에 제시된 기분 관리 전략들을 하나하나 따라하다 문득 ‘나도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게 된다면, 무척 뿌듯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자 수전 J. 누난 박사는 모든 의지를 잃고 삶을 포기하려 했을 때 담당 의사가 처방전 뒤에 써준 글귀를 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하네요. 그 문장을 여러분께도 전합니다.
“기분이 최악일 때는 포기할 때가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의 안녕을 빕니다.
🎬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보면 좋은 영화들
굿 윌 헌팅
네 잘못이 아니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미스 리틀 선샤인
진짜 패배자는 질까봐 무서워서 시도조차 안하는 사람이야.
월플라워
사람은 자기가 생각한 만큼만 사랑받기 마련이야.
원더
우리는 모두 평생에 한 번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돈 워리
어떤 고통은 영영 사라지지 않고 어떤 수치는 영원히 남아 있어요. 그걸 이겨내지 않으면 당신이 죽어요.
프란시스 하
제 직업요? 설명하기 복잡해요. 진짜 하고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 이달의 글담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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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건 베이킹》 송은정 X 한수희 두 작가님의 교환일기 인터뷰 연재가 종료되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브런치, 블로그에서 다시 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