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름달이 뜨는 날 책편지가 도착합니다. 🌕 보름달 책편지 for life 매월 15일마다 만나요. 6월 뉴스레터 by @geuldam cover story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 여름이 되면 하루가 아-주 길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조금 늦은 저녁시간이라도 크게 개의치않고 아직 해가 있으니까! 쿨하게 생각해버려요. 느지막이 해가 지고난 다음이라도 한낮의 더위를 피해 가볍게 산책하기도 좋고 또 나온김에 밤하늘의 별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실상 제대로 별자리는 몇 개 없어도 <그림 속 천문학>을 읽으며 배운 별자리와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들은 두고두고 아는 '척'하기 좋지요. 왓챠피디아 책추천 카테고리에서 보름달책편지라는 동명의 이름으로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여름을 기다리며 미리 읽어두면 좋을 별과 우주에 대한 책들을 모았습니다. 읽은 책이 많아질수록 하늘의 별도 더 많이 보인다는 사실. 올 여름에는 더 큰 발견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 ▲ 클릭하시면 그리스 신들의 오픈채팅방으로 입장합니다. 📢 알립니다. 책을 읽지 않은 분들도 충분히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대중적이고도 재미있는 별자리에 대한 북토크를 준비중인데요. 과학책방갈다(@galdarbookshop)와 함께 16개의 별자리 신화를 모티브로 탄생한 명화를 읽어주는 책 <그림 속 별자리 신화> 김선지 작가님과 함께 줌zoom으로 만나요. 특히 신화라고는 유년시절에 읽은 '어린이를 위한 그리스로마 신화'가 전부였다면, 밤과 우주를 사랑한 화가들과 그들이 그려낸 명화를 살펴보며 그리스 신화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나보세요. 북토크 초대의 말. 김선지 작가 어린이들이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재미있고 피상적인 스토리 위주예요. <그림 속 별자리 신화>는 이야기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찾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실 세계 각 나라의 신화, 민담, 설화에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축적된 삶의 진실과 경험, 심오한 상징이 숨어 있는데요. 신화에는 시공을 초월한 인간 존재의 문제, 즉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욕망과 이성, 경쟁과 질투, 진실과 거짓, 이 모든 것의 원형이 녹아 있어요. 그래서 신화를 읽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동안 많은 책들이 주제로 삼은 레드오션(!)이지만, 무궁무진한 해석이 가능해 오래전부터 꼭 한번 다루고 싶었던 주제였어요. 신화를 주제로 쓴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별자리를 중심으로 엮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신화'를 쓰고 싶었습니다. 물론 신화에서 단순한 스토리 이상을 읽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지요. 북토크에서 함께 읽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editors letter 에라이 유병장수나 해라! editor. A ![]() 한때 친구들 사이에서 “유병장수하라”는 말이 최고의 욕으로 쓰인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에서 매일 같이 피를 토하는 연약한 주인공이 등장했던지라, 아마 거기에서 시작된 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농담처럼 오가는 말이었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결코 제가 면전에서 들은/한 말은 아닙니다!) ‘오래 산다는 게 꼭 좋을 수만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해서 온갖 생명 연장 처치로 곧 죽을 사람도 ‘어떻게든 살려만은 놓을 수 있는’ 요즘은 더 그렇습니다. 수술이나 치료로 완치할 수 있는 병은 사실 많지 않지요. 현대인은 과거보다 수명이 길다고는 합니다만, 그 길어진 수명만큼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즘은 죽기도 쉽지 않은 시대인 것 같습니다.
쉬는 날에는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일을 최고의 기쁨으로 삼는 저와 제 친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운동을 등록하는 것 역시 이 ‘죽기도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나 제 친구들이나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인지라, SNS에서 잊을 만하면 꾸준히 올라오는 “척추 수술 1,700만 원(재활비 별도)”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운동을 계속합니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세네카는 “잘 죽는 법을 모르는 이는 잘 살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일평생 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뜻밖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평생 잘 죽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도 했지요. 물론 세네카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적 특성과 여러 배경이 얽혀 탄생한 격언이기는 합니다만, 두 격언을 보면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이 결국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잘못된 자세로 내내 일만 하다가 척추 수술을 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면 아마 1,700만 원보다 훨씬 더 나오겠지요. 물가는 언제나 오르는 법입니다. 제 월급만 빼고요.) 재활 치료로 골골대며 불편한 몸으로 여생을 사느니, 지금부터 코어 근력을 키워 잘 지내다가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것이지요. 평균 수명 100세, 120세 시대가 곧 도래하리라는 낙관적인 관망 앞에 죽음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워낙 무겁고 어려운 주제인지라 자꾸만 생각을 회피하게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주 가볍게, 마치 농담을 하듯 ‘어떻게 죽으면 좋겠다’, ‘이러저러하게는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제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할지,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야 할지 등등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영원히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 아날로그 아르고스 공작 깃털 뱃지를 드립니다. 프린스턴대 출판부가 기획한 현대 독자를 위한 고전입문 아날로그 아르고스 시리즈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동네서점/온라인서점에서 1권이라도 구매하시면 공작 깃털 뱃지를 드립니다. (orange edition*) 이달의 신간 초등 한국사 놀이북 ▲ 46가지 역사놀이수업 recommended. 책을 읽다보면 가슴을 후비거나! 뇌리에 때려(박히는) 문장들을 만날때가 많은데요, 감동을 잘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문장을 모으시나요. 제가 해본 방법은 1. 책 모서리를 조심스럽게 접어두거나 2. 사진으로 찍어두거나 3. 마음에 쏙드는 (고가의) 문장 노트를 마련한다거나 기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 쏙쏙 꺼내어쓰고 싶은데, 책 제목은 아련하고 문장의 의미만 어렴풋이 기억날 때는 1번이나 2번 모두 무용해집니다. 김신지 작가님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저도 연초부터 야심차게 시도해봤지만! 지금 딱 세장쓰고 그대로 멈춰있어요. <기록의 쓸모>의 숭님은 매일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라는데, 밀린 메시지 먼저 확인 좀 해볼까 하고 스마트폰을 잡는 순간 이미 게임오버......... 다들 공감하시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록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신문물'텍스처스크랩'을 소개합니다. 텍스처 스크랩은 문장을 공유하고 기록하는 서비스인데요, 아주 간단하고도 명료합니다. 나만의 문장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의 문장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차곡차곡 아카이빙하는 것도 의미있었지만 특히 같은 책을 보고도 다른 분들은 어느 문장에서 울림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일이 생각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정식런칭은 9월에. 맛보기는 지금요. 혼자 읽지만 다 같이 읽은 기분이 드는 텍스처스크랩이 궁금하시다면 여기로. 책 달력 📅 24절기, 그리고 특별한 기념일에 읽으면 가슴에 남을 책과 명문장을 소개합니다. 몸보신이 필요할땐 역시 '장어찬합'이다! 뚜껑을 연 순간, 마치 운동회의 박 터트리기에서 박이 갈라지는 순간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 구수한, 기품 있는 눌어붙은 향. 거기에 휘감겨오는 양념의 매콤달콤한 향. 탁 하고 젓가락을 세우고 싶어지는 기분을 진정시키고서 산초가루를 뿌린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장어에 젓가락을 푹 찔러 그대로 밥까지 내뚫어, 한 입 분량의 장어와 밥을 들어 올려 입으로 가져간다. 이 첫술이 최고다. 그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가만히 턱을 움직이자 양념의 단맛이 좌르르 허물어지는 장어와 함께 밥과 뒤엉켜, 금세 입안은 농후한 감칠맛의 러브신이 된다. 혀가 떨리고 콧구멍이 넓어진다. 군침이 돌고 위가 으르렁거린다. 십이지장조차 ‘얼른 이쪽으로 보내’라며 솟구쳐 오는 듯하다.
이제 나머지는 식탐에 맡기고 여기가 어디였는지도 잊은 채 게걸스레 먹는다. 찬합을 왼손으로 들고 먹는다. 매너 따위 신경 안 쓴다. 구석구석 들쑤시며 흡입한다. 중간중간 절임채소와 기모스이로 입안의 느끼함을 씻어내 리셋하고서 다시 미친 듯이 덤벼든다. 첫술의 그 감칠맛으로 살짝 되돌아간다. 그리고 ‘음, 여전히 맛있네.’ 새삼 맛을 확인하며 먹는다. 점점 절임채소를 집는 횟수가 늘어난다. 후우, 한숨을 돌리면 대체로 7할쯤 없어져 있다. 내 경우 이쯤에서, 장어찬합의 역할은 끝나간다.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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